2nd RING : 제026화 「밤」

제 26 화 「밤」




八十一



레이의 「함께 살겠습니다」 발언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이유가 없다.

신지와 아스카가 같이 사는 것은 두 사람의 생활체계·체내시간을 맞추어 유니존 훈련을 보다 유효하게 진행시키기 위함이며 필연이라고 해도 좋다.

그에 비하여 레이는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영호기는 크게 파손되어 다가올 6일 후의 재전투까지는 참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훈련할 필요가 없는 레이가 함께 생활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훈련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될 가능성마저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

방이 없다.

이미 미사토·신지가 사는 이 집에는 사람이 살 수 있는 방은 하나밖에 더 없다. 예전에 하룻밤 동안만 레이가 묵었던 방이다.

그 방에는 당연하지만 훈련 참가자·아스카가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레이는 어디서 지내면 되는 것인가?



레이의 발언을 들은 세 사람도 각자 자신의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미사토는 레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신지와 아스카가 함께 산다는 사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 그렇게 레이가 느끼고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신지는 난처해 하고 있었다.

레이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아무리 신지라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아까 말한 두 가지 문제…… 둥거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주거의 문제도 바로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아스카는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자신이 오버·더·레인보우에서 했던 말 같은 것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없다.

또한 아스카에게 있어서 신지라는 존재는 연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에 레이가 질투심을 품는다, 라는 발상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리고 아까 말한 두 가지 문제. 이것이 아스카의 머리에도 금방 떠오른다.

레이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결의를 내비치면서 한 레이의 동거 발언…… 이것은 대체?



레이는 결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지 곁에 있을 것을.

그것은 그렇게 쉽사리 흔들리지는 않는 결심이었다.



八十二



"아야나미…… 그건……"

신지가 말을 하려고 했을 때 그 말 위에 미사토의 말이 겹쳐졌다.

"괜찮앙."

""에!""

너무나도 쉽사리 물러선 미사토의 OK 에 놀란 소리를 지른 것은 신지와 아스카이다.

레이는 파앗 하고 기쁜 듯한 표정이 되어 있다.

"잠깐, 미사토! 퍼스트는 훈련하고는 상관없잖아!? 어째서 같이 살 필요가 있는 거냐구!"

아스카가 성난 목소리를 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유니존 훈련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은 어디로인가 날아가 없어져 버린 모양이다.

"어머, 괜찮잖아. 칠드런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구우."

"그딴 건 도모하지 않아도 돼!"

"자아, 자아,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실실 웃으며 두 손을 올려 아스카를 제지하더니 그대로 신지에게 가볍게 손짓을 한다.

"네? 저? 무슨 일이에요?"

"자아, 자아,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말하면서 신지의 목덜미를 잡는 것처럼 하여 자신의 방으로 질질 끌며 데리고 들어간다. 끌려 가면서 신지가 내는 「아야야야야」라는 소리는 이윽고 닫혀진 미닫이문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레이와 아스카가 남겨졌다.



아스카는 어안이 벙벙한 듯이 두 사람이 사라진 미닫이문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영문을 도통 모르겠다.

그리고 몇 초인가 지나자 이번에는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오른다.



……뭐라는 거냐구……

퍼스트가 왜 훈련에 참가하는 건데!?

설마……

여차할 때의 교대요원!?

……웃기지 말라 그래!

아∼∼∼∼!

짜증나네!!



아스카가 옆을 보니 레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미사토의 방 쪽을 보고 있었다.

"야, 퍼스트!"

찌릿 하고 레이를 노려보며 아스카는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레이가 아스카 쪽을 본다.

"알겠어? 우쭐거리지 말라구! 유니존 훈련은 내가 하겠어! 사도는 내가 쓰러뜨릴 거라구!"

말하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레이의 눈동자를 시선으로 꿰뚫는다.

그 말을 들은 레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스카를 보며 이윽고 입을 열었다.

"……영호기는 움직이지 않아. 네가 출격하는 것은 당연해."

이번에는 아스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레이를 본다.

"하? ……너, 훈련에 참가하고 싶어서 함께 살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이카리 군과, ……함께 있고 싶을 뿐……"

레이가 볼을 조금 붉히고 고개를 숙이면서 중얼거렸다.



그 모습과 대답은 아스카에게 또다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이유로……!



"너 말이지이!"

거친 말투로 아스카는 말한다.

"지금까지는 딱히 같이 살았던 것도 아니잖아!? 그러고도 넌 불만이 없었던 거 아니야!? 난 훈련이라구! 중요하단 말이야! 너랑은 달라!"

한숨 쉰다.

레이를 노려본 채…….

"……너, 그렇게 같이 살고 싶다면 훈련이 끝나고 나서 멋대로 같이 살든 뭐든 하라구! 훈련을 방해하지는 마!"



아스카 스스로도 무엇이 그렇게 자신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훈련이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다.

그러나 사도에게 이기는 것, 에바를 조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 이 여자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다.

……아스카에게 있어서 사도에게 이기는 것은 절대적인 경계선인 것이다.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레이도, 신지도, 다른 누구라도 용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훈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한다.

에바의 조종으로 인정 받는 것.

그것보다도 중요한 일 따위는 없어!



레이는 아스카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스카도 레이의 얼굴을 계속 노려보고 있다.

잠시 지나서 레이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라.

네가, 있는걸……"



아스카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대답이었다.

레이의 말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계속 대치하고 있었다.



미사토의 방에 끌려온 신지에게 이야기의 초점을 되돌리자.

신지의 뒷덜미를 잡은 채 자신의 방으로 끌고 온 미사토는 미닫이문을 닫자마자 신지와 마주보았다.

"신짱, 레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 신지는 눈을 깜박깜박거리고 있다.

"……라고 말씀하셔도……"

"레이의 불안한 마음, 알 수 있지?"

신지와 아스카가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불안.

그것은 신지에게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훈련,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레이가 있으면 못하겠니?"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은 이미 이 훈련을 성공시킨 적이 있다.

레이가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문제는 아스카이다, 라고 신지는 생각한다.

아스카는 훈련을 방해 받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아스카가 뭐라고 할까 싶어서요."

"아까도 말했잖아? 칠드런끼리 친목을 도모한다! 정식으로 명령으로서 지시하면 불만은 없을 거라구."

"……막무가네시네에."

"뭐라?"

"아뇨……"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

"그럼, 그건 됐다고 치고…… 아야나미, 어디서 자는 거죠? 더 이상 이 집에 비어 있는 방은 없다구요."

"신짱이랑 같이 자면 어때?"

"………"

"노, 농∼담이야 농∼담, 그런 얼굴 하지 말라구."

"……어쩌실 거예요?"

"그럼 있잖아…… 차라리 셋이서 거실에 모여서 같이 자면 어때? 그 정도의 넓이는 여유가 있잖아."

"응∼…… 그렇구나……"

"무엇하면 훈련 기간 중에는 난 본부에서 지내도 상관은 없엉. 어차피 6일 동안이니까 말이야."

"아, 아뇨, 계셔 주세요 미사토 씨."

"?? 왜?"

"아뇨, 그……"

아스카와 레이는 불꽃을 튀기고 있고, 자신도 아스카와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방치되고 싶지 않다…….

미사토가 있으면 대립관계가 어쩐지 흐지부지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간에…… 지금 레이랑 떨어져 있지 않는 게 좋아."

조금 사이를 두고 미사토가 말한다.

"네?"

"레이가 화내고 있는 이유, 알아냈어?"

"……아뇨, 화내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어요."

"이런 상태에서 떨어져 있어도 괜찮겠어?"

"떨어져 있다, 라고 해도 바로 이웃이고……"

"물러 물러. 아스카가 있잖아? 평소라면 상관없지만 신짱 바로 곁에 아스카가 있는 상태에서는 몇 배나 거리감을 느끼는 거라구."

"………"

"알겠니? 놓치면 안 된다, 레이를 말이야. 알겠지?"

"……네."



八十三



방에서 돌아온 미사토의 입에서 명령으로써 같이 살 것을 명령 받았기 때문에…… 아스카도 마지못해 그것에 승낙했다.

"그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할까."

"뭐야…… 훈련, 하는 거 아니었어?"

"훈련은 내일부터. 오늘은 됐잖아? 아까도 말했지만 이 훈련은 생활체계를 맞추는 목적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 그래……"



여느 때와 같이 앞치마를 두르는 신지.

"아스카는 못 먹는 건 없지?"

"뭐야…… 신지, 네가 만드는 거야?"

싫은 듯한 표정을 보이는 아스카.

"말했잖아? 언제나 내가 만들고 있거든."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어 달라구."

"하하, 뭐, 노력할게."

웃으면서 신지는 부엌으로 사라져 간다.



30분 후, 입 안에 요리를 머금은 채, 경악한 표정으로 굳는 아스카가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신지.

레이는 옆에서 식기를 닦고 있다.

"자, 아야나미."

"네."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식기를 차례대로 레이에게 넘겨 간다.

역할이 서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둘이서 설거지를 하는 것은 최근에 와서는 습관이 되어 가고 있다.

두 사람은 능숙한 솜씨로 식기를 치워 나간다…….



신지는 뒷정리를 하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야나미가 같이 살겠다고 하는 문제로 시작부터 꽤나 정신없었는걸.

하지만……

덕분에 어느새…… 아스카의 유니존 훈련에 대한 불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모양이네.



아스카는 나를 싫어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함께 훈련, 더군다나 유니존이라니 절대로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 부분은 다행히도 흐지부지해졌네.

……하긴, 아스카도 그렇게까지 벽창호인 건 아닐 테니까,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한다면 결국 승낙할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아야나미가 같이 사는 것도 인정해 줬고.



나머지는 내일부터 시작될 훈련이구나…….



잘 되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뿐이야.

어떻게 해 봐도 나 혼자로는 쓰러뜨리지 못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훈련은 성공시켜야 해.



그리고…… 아야나미.

갑자기 같이 살겠다는 말을 하다니……

예상하지 않았어서 꽤나 놀랐어…….



지난번에는 그런 일은 없었는데.

나에게, 저기…… 그러니까∼ 호의……를 품어 주고 있다는 증거인 거겠지.

………

으으…… 뭐랄까, 그……

………

쑥스러운거얼∼∼……



하지만 지금까지는 같이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것에 대해서 그렇게 강하게 말해 오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갑자기, 더군다나 훈련에 끼어들겠다고 말을 꺼낸 것은……

……역시 아스카에게 질투하고 있는 걸까아?

만약에 질투하는 감정을 익힌 거라면……

확실히 아야나미는 성장하고 있어…….

지난번에는 「질투」라는 감정은 조금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없었으니까.

그것이……



그래 맞아……

지금까지는 몰랐을 뿐이야.

앞으로 더욱더…… 평범한, 여자아이가 되어 가는 거라구.



八十四



그날 밤, 몹시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끝에 결국 신지·아스카는 자신의 방에서, 레이는 미사토의 방에서 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처음에 미사토는 「셋이서 거실에 모여서 같이 잘 것」을 제안했었으나, 이것만큼은 아스카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어쨌든 그녀에게 있어서는 신지도 레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이다. 한곳에 모여서 자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내키지가 않았던 것이다.

아스카가 없는데 신지와 레이만 사이좋게 잘 수는 없다. 그렇다기보다 둘이서만 자는 것은 긴장의 정도가 너무 높아서 결과적으로 신지도 자신의 방에서 자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넓은 거실에 차마 레이만 혼자서 재우기도 그러니 미사토가 레이에게 권유했다, 라는 식이다.



신지는 S-DAT 를 들으면서 내일부터 시작될 훈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될지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스카와 마음을 통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아스카는 이미 잠들어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잠옷으로 갈아입은 레이는 미사토가 부르는대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싱글 침대이기 때문에 미사토와 둘이 누워서는 상당히 좁다.

"미안해∼ 바닥에 이불을 깔아도 되기는 한데, 아스카가 와서 남는 이불이 없거든."

"아뇨…… 괜찮습니다."

레이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로써 레이를 벽 쪽에, 자신은 방 쪽에 눕는 미사토.

그렇다고는 하지만 잠버릇이 나쁜 것은 미사토 쪽이라 레이는 절대로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레이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뜬 채 가만히 뭔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둑함 속에서 미사토는 레이의 얼굴을 본다.

뭔가…… 궁지에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미사토는 말을 걸었다.

"……레이, 뭔가 걱정거리가 있니?"

"……………………아뇨……"

"아스카랑 신짱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스카는 신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신짱은 레이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말하면서 미사토는 레이가 쑥스러워하며 빨개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는다.

"……아니니? 그 이야기가 아니야?"

"………"

레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무슨 일 있니? ……신짱이 무슨 짓 했어?"

팟! 하고 레이가 미사토의 얼굴을 본다.

"이카리 군은…… 아무 것도 나쁘지 않아요."

"아, 그, 그래? ……하지만, 그럼 대체……"

레이는 또다시 눈을 내리떴다.



미사토는 상당히 키가 큰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에 비하여 레이는 중학교 여학생의 평균적인 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란히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 미사토의 가슴 부근에 레이가 파묻히는 것처럼 된다.



잠시 동안의 침묵 후……

레이가 입을 열었다.



"……카츠라기 대위님……"

"응?"

"……카츠라기 대위님…… 가슴이, 커요."

"응? 뭐, 뭐∼ 그런가."

"……가슴을 크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부웃!!"



갑작스러운 레이의 말은 미사토의 예상을 매우 크게 넘어서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내뿜을 뻔했던 미사토를 어리둥절한 얼굴로 레이가 보고 있다.

"앗, 미, 미안, 침 튀겨 버렸네."

"……? 왜 그러시는 건가요?"

"왜 그러시는 거냐니, 너…… 어째서 그런 걸 신경 쓰는 건데?"

"………"

눈을 내리뜨는 레이.

그리고.

"……가슴이 작으면…… 이카리 군에게…… 미움 받아요."

"부웃!! 아, 미안미안, 침 튀겨 버렸어."

당황하여 레이의 얼굴을 티슈로 닦는 미사토.

"그게 뭐야…… 신짱이 그렇게 말한 거니?"

레이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호기 파일럿이……"

아아…… 하고 미사토는 생각한다.

아스카라아…… 그 애도 몸매가 좋으니까 말이야아.

어째서 그런 이야기가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잖니, 레이."

차분한 미사토의 목소리에 레이는 얼굴을 든다.

"………"

"레이…… 그야 말이야, 가슴이 큰 쪽이 좋다고 하는 남자애도 많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흠칫 하고 레이의 몸이 뻣뻣해진다.

그것을 느끼고 미사토는 조금 미소지었다.

"하지만 있잖아…… 좋아하는 여자애라면 그런 건 상관없는 거야."

"……좋아하는?"

"그래 맞아, 레이. 가슴이 큰 여자애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좋아하는 여자애의 가슴이라면 뭐라도 상관없는 거라구."

어쩐지 어폐가 있으려나…… 하고 생각하지 않지만도 않은 미사토.

"………"

"신짱한테 물어봤어?"

"! ……그런 짓은…… 못해요."

"어째서?"

"………"

"……후후."

미사토는 레이의 몸을 천천히 끌어안았다.

놀란 듯이 미사토를 보는 레이.

"카츠라기 대위님……"

"괜찮아…… 레이. 신짱은 레이를 싫어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그럴……까요……"

"그러엄. 불안하다면 본인에게 물어보렴."

"………"

"그리고 있지, 큰 가슴이 좋다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야."

"에?"

"작은 편이 좋다는 사람도 있거든. 꽤 말이야."

"……그렇군요."

"그래. 거봐, 역시 물어보지 않으면 모르지?"

잠시 동안의 침묵.

미사토가 레이를 끌어안은 채…….

그리고…… 이윽고 레이가 입을 연다.

"……알겠습니다…… 물어, 보겠어요……"

"응!"

미사토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덤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또 한 가지 조언해 줄까?"

"에?"

미사토의 말에 레이는 얼굴을 든다.

미사토는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네 상사는 말이야…… 성씨로 불리는 것보다 이름으로 불리는 걸 좋아한단다."

레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미사토의 얼굴을 보고 있다.

미사토는 다시 한 번 미소짓는다.

"자아, 어떻게 할 거지?"

"………"

"응?"

"…………………………미사토…… 씨."

"응!"

미사토는 다시 힘껏 레이를 끌어안았다.

"숨…… 숨이 막혀요……………… 미사토, 씨."

"아, 미안미안."

말하면서 당황하여 레이를 놓는다. 레이도 푸핫 하고 작게 숨을 몰아쉰다.

"후훗."

이번에는 부드럽게 레이를 끌어안는다.



미사토는 따스함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소녀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지난 몇 주 동안에 어쩌면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그것은 이카리 신지라는 소년의 등장에 의한 것.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단단한 벽에 에워싸인 그녀의 마음 안쪽에 느닷없이 바람처럼 나타난 소년.

미사토는 신지에게 엄청난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명의 칠드런에게 마음을 보낸다.



레이가 행복해져 주었으면 했다.

14년 가까이 살아 오면서…… 그녀의 성장과정이나 신원 등은 아무 것도 모르지만 행복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계속…… 아무 것도 모른 채 자라 온 소녀.

그것이 지금 분명하게 행복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필사적으로, 손을 더듬으며…… 소중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하여…… 그리고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하고 있다.

그녀를 도와 주고 싶었다.



아스카가 행복해져 주었으면 했다.

아스카의 성장과정은 보고서를 읽어서 알고 있다.

중학생인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

아스카는 그것에 날려가 버리지 않도록 자신의 두 다리로 설 것을 선택했다.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두 다리로 대지를 딛고 서서 걷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위태롭다.

미사토는 그 바람을 가로막아 주고 싶었다. 혹은 대신 그러안아 자신의 다리로 지탱해 주고 싶었다.

그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응석부려 주었으면 좋겠다. 의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운명이 자신의 그것과 겹쳐져 보이기에…… 그녀를 도와 주고 싶었다.



그리고 신지가 행복해져 주었으면 했다.

이카리 신지. 그의 성장과정은 몇 가지인가 기구한 사건이 있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것이었다.

그것이……

신지를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 같은 때와 어른 같은 때와…… 그것이 이것저것 뒤섞여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는 대체 무엇을 경험하고 그렇게 된 것일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떠맡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그것이 모두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든다.

자기 혼자서 짊어지고 그것이 행복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의 행복은 항상 위태로운 실 위의 양팔 오뚜기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를 도와 주고 싶었다.



세 명의 중학생.

원래라면 청춘을 구가하는 것을 용납 받을 나이의 소년과 소녀.



그들의 손에 맡겨진 운명은 너무나도 무겁고……

그들은 그것에 불만을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



힐책해 주는 편이 그나마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책망해 주는 편이 죄의식도 가벼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을 그렇게 싸움의 무대로 내보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신들이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선택한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리 선택지가 없는 제비를 뽑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길을 용납 받지 못한 것이다.



그들을 도와 주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말하게 해 준다면……

지금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것은 그들인 것이다.

인류 전원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들.

우리 모든 인간의 행복은…… 그들의 행복을 짓밟고서 세워져 있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미사토는 다시 한 번 레이를 끌어안았다.

"레이……"

"……네."

"……행복해, 져야 한다."



어쩌면 이렇게 오만한 말일까.

행복을 빼앗아 놓고서…….



그러나 레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사토의 귀에 들릴까 말까 한…… 그 정도의 목소리로.



"……네……"



미사토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폭포의 격류가 넘칠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당황하여 얼굴을 돌리더니 밝게 목소리를 높였다.

"자아, 레이!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언제까지나 안 자고 있다가는 못 일어날 거라구!"

"? ……네."

살짝 목소리가 상기되었다.

살짝 말끝이 떨렸다.



안 되겠다.



"나 화장실 갔다 올 테니까! 얼른 자라구, 레이!"

팟 하고 미사토가 이불 속에서 뛰쳐나간다.

남겨진 레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미사토가 나간 미닫이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십 분쯤 지나 눈이 살짝 붉어진 미사토가 돌아오자 레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잠든 얼굴…….

미사토는 레이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더니 또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시 한 번 레이를 끌어안았다.



레이……

아스카……

신짱…….



너희들은 행복해져야 돼.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구…….



그리고 그날 밤, 레이는 코를 고는 미사토에게 세 번이나 걷어차여 침대에서 떨어졌던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레이였다면 걷어차이게 되면 바닥에서 자거나 다른 방으로 옮겨 가거나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는 세 번 다 침대로 되돌아왔다.

그 덕분에 아침에 눈을 뜬 미사토는 자신의 품안에서 자고 있는 레이를 보며 상냥하게 미소지을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 「2nd RING」은 NAC 씨의 홈페이지 「NACBOX GARACTERS」에 연재되고 있는 에반게리온의 팬 픽션 소설입니다.
◇ 위 소설은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번역하는 것으로서, 번역된 내용을 원작자가 확인하지는 않았음을 밝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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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군 | 2007/06/17 16:56 | 번역 : 소설 (2nd RING)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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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ene at 2007/06/17 17:10
흑흑 ㅠㅠ 기다렷어요
Commented by 홍군 at 2007/06/17 17:34
gene 님 >>
이번에는 업데이트가 조금 늦어져 버렸네요. ^^;
Commented by 슈리오 at 2007/06/17 19:28
하하핫. 일상이 너무 재미나네요.
Commented by 홍군 at 2007/06/17 20:06
슈리오 님 >>
애니 본편에서의 주된 내용이기도 했던 사도와의 전투 이외에도 이런 일상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니 여러 가지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참 좋군요 . ^^
Commented by 하얀미르 at 2007/06/17 20:20
최근에 알게되어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에바가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글를 보게 되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업데이트가 조금 늦으시길래 성급한 마음에 원작 사이트를 긁어서 번역기를 돌려봤습니다만... GG쳤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주시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홍군 at 2007/06/17 22:34
하얀미르 님 >>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번역을 해 나가고자 하니 지켜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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