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1월 13일
2nd RING : 제066화 「어둠」
三百五
미사토는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시적으로 기운이 없는 것 같았지만, 어느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보여지기도 하다.
살제로 아스카와 레이는 그렇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뭐야, 미사토…… 오늘 아침에는 속이라도 안 좋았던 거야?"
소파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아스카가 미사토에게 말을 붙인다.
"뭐가?"
"아침에 일어나 있는데도 밥 먹으러 안 나왔었잖아."
"아, 아아, 그거 말이지∼. 뭔가 이상한 걸 먹었던 건지도 모르겠는걸."
"떨어져 있는 걸 주워 먹기라도 한 거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미사토 씨…… 땅에 떨어져 있는 것에는, 아마도 인체에 유해한 잡균이 부착되어 음식 내에서 번식하고 있을 위험이 있어서……"
"……저기 있잖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아 줘, 레이……"
저녁 식사 후의 아무 것도 아닌 대화.
그런 모습을 신지는 그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신지는 미사토가 기운이 없었던 이유의 일단을 알고 있다…… 낮에 휴게소에서 카지의 입을 통해 직접 들었다.
미사토의 기운이 없는 이유가 카지에게 있다고 그는 말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토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두 사람이 화해한 거구나…… 그렇게 추측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말을 이 자리에서 하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싸움이었던 것이겠지, 하고 신지는 생각했다.
어쨌든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것…… 나아가서는 미사토의 기운이 회복된 것이 신지로서는 기뻤다.
카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그날 밤의 일이다.
밤…… 이미 레이와 아스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미사토는 잠에 한창 곯아떨어져 있는 시각.
신지 자신도 침대에 드러누워서 잠이 들 듯 말 듯하기 시작할 무렵에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 것이다.
신지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서 울리고 있는 휴대폰을 집어든다.
한 순간 「소집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사도의 습격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는 신지가 놀랄 만한 타이밍에 소집이 있을 리가 없다.
액정을 봐도 발신번호 표시금지로 되어 있어 누구로부터 걸려온 전화인지는 알 수 없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수화기가 들려 있는 모양의 아이콘을 엄지손가락으로 누른다.
"네, 이카리입니다."
『아아, 신지 군이니?』
"아, 네…… 저기?"
『카지야.』
"아…… 어, 카지 씨? 웬일이세요."
그렇다……
카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은 몹시 드문 일이다.
신지 쪽에서 카지에게 연락을 했던 적은 있다 (테스트 플러그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을 때이다).
그러나 카지 쪽에서 신지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무슨 일일까 생각했지만 우선…… 신지는 미사토의 모습을 떠올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카지 씨, 저기…… 미사토 씨랑 화해하셨군요."
『응? 뭐, 그렇지…… 카츠라기가 뭐라고 했었니?』
"아뇨, 그냥…… 그게…… 기운을 차렸거든요."
『……아아…… 알기 쉬운 녀석이구나아.』
"그렇……네요."
무의식 중에 두 사람의 말에 쓴웃음이 섞인다.
그대로…… 몇 초 동안의 침묵.
『……그런데, 말이지.』
카지가 일단락을 짓듯이…… 한숨을 돌리고 중얼거렸다.
『내일, 시간은 있니?』
"내일…… 말인가요?"
『그래.』
"훈련이 있는 건 아니니까…… 방과후에라면 일단 비어 있는데요……"
『그렇구나. 그럼, 미안하지만 NERV 까지 와 주겠어?』
"상관없는데, 무슨 일이에요?"
『아니, 식사나 같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네에……"
일부러 카지 쪽에서 전화를 걸어와서…… 식사?
의미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 신지는 승낙했다.
三百六
다음 날.
신지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 NERV 로 바로 향했다.
레이와 아스카를 데려갈지 어떻게 할지…… 그것에 관해 몹시 망설였었으나…… 결국 신지는 혼자서 가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카지가 식사를 같이 하자는 것이라면 레이와 아스카를 데려가더라도 상관없다…… 아니, 그보다도 데려가 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한 가지 걱정이 든 것이다.
카지는 정말로 단지 식사를 같이 하자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부른 것일까?
물론 어젯밤의 대화를 떠올려 본 바로는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신지에게는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카지가 만약에 식사 이외의 용건으로 신지를 부른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즉, 「MAGI 의 감시를 받고 있는 휴대폰으로는 말할 수 없는 용건」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젯밤 전화에서 카지는 용건을 말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용건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 다른 사람이 같이 가도 되는지 어떤지 신지로서는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어떻게든 혼자서 갈 수밖에 없었다.
레이는 아스카와 둘이서 돌아갔다.
신지가 그렇게 부탁한 것이다.
레이는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떼를 쓰거나 하지 않고 귀갓길에 올랐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어떠한 형태로든 메워야겠다고 신지는 생각한다.
버스에 흔들리면서 신지는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데이트……라도 하러 갈까.
……결국 매일 같이 있으니, 그런 의미로 말한다면 매일 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본인들에게 그런 의식은 없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스카와 레이는 나란히 서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신지를 포함한 셋이서 함께 돌아가는 일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신지와 레이가 둘이서 돌아간다는 것은 그다지 드물지 않다 (아스카가 히카리와 쇼핑을 하러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스카와 레이 둘이서만…… 그런 지금의 조합은 드물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나온 이후로 여기까지 1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특별히 말을 주고받지도 않았다.
아스카는 옆에서 나란히 걷는 레이를 훔쳐본다.
레이는 그저 말없이…… 해질 녘 희미하게 물들기 시작한 빛을 뺨에 받으면서 말없이 걷고 있었다.
아스카는 자신의 변화를 새삼 서서히 인식한다.
레이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이었다면, 이 침묵은 아스카에게 있어서 고통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침묵의 고통 때문에 무리하게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버릴 것 같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라……
그저 화가 나고 짜증이 날 것만 같은 그런 침묵.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그리고 그것이 특별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스카의 마음속에서 레이라는 존재가 이질적이지 않게 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레이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걷고 있었다.
자신의 발끝을 보면서 걷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다.
시선은 땅을 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 사실은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스카는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답답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퍼스트."
레이는 얼굴을 조금 들어 아스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가?"
"뭐가, 라니…… 있는 힘껏 침울한(블루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침울해(블루해)? ……혈색이."
"아니라굿. 어∼…… 침울해 있다는 얘기야."
"………"
"어차피 신지가 혼자서 어딘가 가 버린 게 신경 쓰이고 있는 거지?"
레이는 한 순간 아스카의 눈을 보고 나서…… 말없이 다시 시선을 떨구었다.
아스카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희미하게 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언제나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레이는 반응을 알기가 몹시 쉽다.
물론 그녀는 기본적으로 무표정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좀처럼 알기 힘들기는 하지만……
「레이」라는 존재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면, 그 감정 표현은 오히려 매우 직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성장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감정을 숨기는」 방법.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표정을 지어 보이는 기술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바람과는 관계없이 습득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레이는 그런 기술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 같다.
바꾸어 말한다면…… 대단히 순수하다.
그것이 레이의 일면이며……
……아스카로서도 때로는 눈부시게 느끼는 일이 있는 것이다.
아스카는 입을 열었다.
"……딱히 그렇게 침울해 할 만한 일은 아니잖아."
"………"
레이는 여전히 시선을 떨구고 있다.
아스카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계속한다.
"애초에 신지가…… 언∼제나 너랑 같이 있다는 것도 아니잖아. 스즈하라라든지 하고 같이 오락실에 가 버린다거나 하는 일도 있잖아?"
"……오늘은 혼자였어."
"뭐…… 그렇지만 말이야아. 그렇게 24시간 내내 같이 있으면서 안 질리니, 너는."
"질려……? 이카리 군에게? 어째서?"
"……그래그래, 별로 상관없지만 말이야."
"………"
"뭐야, 무엇보다도…… 너, 나랑 둘이서 있는 게 따분하다 이거야?"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더니 조금 심술궂게 미소지었다.
레이는 아스카를 보았다.
표정에 변화는 없다.
놀라움도 난처함도 없이…… 중얼거렸다.
"어째서? ……특별히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
"아…… 그래……"
속도를 잃듯이 아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을 했다.
어떤 의미일까…….
그런 감정이 드는 가치조차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길가에 있는 돌이나 마찬가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상 깊게 파고드는 것을 아스카는 할 수가 없었다.
레이에게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아스카는 가벼운 놀라움을 느꼈다.
두 사람은 그 뒤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없었다.
三百七
NERV 에 도착한 신지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생각해 보면 ID 카드를 써서 평범하게 NERV 에 들어와 버린 이상 신지가 들어왔다는 기록은 데이터로 남아 버렸기 때문에…… 비밀리에 행동하려던 것이라면 이미 그 계획의 일부는 실패해 버렸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깨달은 것은 이미 들어와 버린 다음이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기록을 남기지 않고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한다면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애초에 어젯밤 전화만 가지고 해석한다면 같이 식사하자는 초대를 받았을 뿐이다.
행동을 숨길 필요 따위는 없을 터.
……아무래도 카지로부터 접촉을 해 오면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어 버려서 문제이다.
카지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어제 만났던 그 휴게소이다.
신지가 휴게소가 보이는 부근까지 걸어오자…… 카지가 그 입구 부근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신지가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하자 카지는 신지를 알아채고 가볍게 손을 들었다.
"여. 미안하구나, 신지 군."
태평한 표정으로 카지는 미소짓는다.
"아뇨, 그건 괜찮은데요."
"그럼, 바로 갈까."
"? 어디를 말이에요?"
"식당 말이야. ……같이 식사하자고 했잖아. 잊어 버린 거니?"
"아…… 아, 아아, 아뇨……"
신지는 당황하며 카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어가기 시작한 카지 뒤에 따라가듯이 자신도 걸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단순히 식사를 하자는 권유였던 것일까?
억측해 버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NERV 의 직원 식당은 휴게소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메인 통로 끝에 있다.
식당이 보이는 부근까지 와서 신지는 조금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신짱?"
식당 입구에 서 있던 미사토가 신지를 보고 마찬가지로 놀란듯이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미사토 씨……"
신지도 그만 의미도 없이 중얼거린다.
"어…… 신짱, 어쩐 일이야? 오늘은 훈련이 없잖아?"
미사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신지도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모른 채 멋적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 네에, 뭐…… 그렇기는 한데요, 그게……"
"내가 같이 식사하자고 한 거야."
옆에서 카지가 가벼운 말투로 말한다.
미사토가 카지의 얼굴을 보았다.
"어? 카지 군이?"
"그래. 별로 상관없지, 카츠라기?"
"아…… 으, 응, 난 괜찮지만."
허둥거리며 끄덕이는 미사토.
……앗.
둘이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던 것일까, 하고 신지는 뒤늦게나마 깨닫는다.
그렇다고 할까…… 식당 입구에서 미사토가 카지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밖에는 있을 수 없다.
갑자기 신지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응? 왜 그러니, 신지 군."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던 카지의 등을 향해 신지가 머뭇거리면서 말을 걸었다.
카지는 멈추어 서서 뒤돌아본다.
신지는 카지의 얼굴을 보고…… 겸연쩍다는 듯이 코끝을 긁적였다.
"저어…… 제가 방해가 된다면…… 저기."
카지와 미사토는 한 순간 멍한 표정으로 신지를 본다.
신지는 편편찮다는 듯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박자 시간을 두고…… 신지가 한 말의 의미를 파악한 미사토가 성큼성큼 신지 앞까지 다가온다.
허리에 손을 대고 코끝을 신지의 얼굴 가까이 가져간다.
자기도 모르게 그만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는 신지.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거야, 신짱?"
과장되게 노려보듯이 신지의 얼굴을 본다.
신지는 말을 잇지 못한다.
"저기……"
"그런 건 말이지,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하는 거라구∼"
"……네, 네에…… 죄송합니다……"
미사토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을 해 버리는 신지.
"알았으면 됐어."
미사토는 씨익 웃더니 허리를 쭉 펴고 상체를 크게 뒤로 젖히고는 몸을 빙글 돌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아, 신짱! 누나가 사 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걸 고르도록 하렴!"
한손을 들고 등을 보인 채 신지에게 말을 건넨다.
신지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카지는 불쑥 신지의 귓가로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쑥스러워 하는 거야."
"네?"
"뭐, 가볍게 흘려 주라구."
"……아…… 네, 네에."
"어쨌든 간에…… 이쪽에서 초대한 거니까 신지 군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말하면서 다시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카지는 미사토의 뒤를 쫓듯이 걸어가기 시작한다.
신지도 허둥거리며 그 뒤를 쫓았다.
세 사람은 4인석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싸구려 식당에 있는 것 같은, 접이식 다리에 얇고 하얀 판을 붙이기만 한 테이블.
엉덩이뼈가 닿을 정도로 얇은 스펀지를 깐 파이프 의자.
NERV 에는 자금이 윤택하게 있을 텐데도 이런 부분에는 돈을 들이지 않는 체질인 모양이다.
신지 앞에는 오므라이스 접시가 놓여 있다.
카지는 신지 옆에 앉아 있다.
카지 앞에 있는 것은 밥과 미소 된장국과 단무지와 바다빙어.
"……바다빙어…… 좋아하세요?"
"아아, 좋아해. 말린 오징어도 좋고 말이지이."
"……네에……"
미사토는 카지의 맞은 편에 앉아 있다.
미사토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불고기 정식. 밥은 곱빼기에 군만두 추가.
"………"
"응? 왜 그래, 신짱?"
"……아뇨."
(식사량을 늘릴까……)
덧붙여서 레이와 아스카의 저녁식사는 빠짐없이 준비해서 랩을 씌어 두었으며, 헤어지는 길에 두 사람에게 절차를 전해 두었다.
지금쯤 카츠라기 댁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정말로 단순한 식사 약속인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둘 다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걸, 그렇게 신지는 조금 미안하게 생각했다.
"으어고 보니, 카지 군…… 어째서 신짱을 부른 거야?"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면서 미사토가 말한다.
"카츠라기…… 먹고 나서 말하라구."
카지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으언 건 됐으니까…… 우물우물."
"……상관없지만 말이야…… 뭐, 그 뭐냐…… 깊은 의미는 없어."
"그래?"
"그래…… 하지만, 그렇지……"
카지가 조금 생각하듯이 시선을 맴돌게 한다.
"뭐…… 우리가 원래 사이가 된 것도 신지 군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라는 건 어때?"
"하?"
"네?"
"난 그렇게도 생각하고 있는데…… 아닌가."
카지가 미사토에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신지는 무슨 말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아, 아뇨……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 것도 한 기억은 없다.
미사토도 의미를 이해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으…… 응∼…… 어떤 의미야?"
"어제 말했었잖아? 카츠라기…… 우리가 이렇게 된 이유를 말이야."
"이렇게 된……?
………
……아…… 아아, 어른이……라는 얘기?"
"그래그래."
카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신지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 무…… 무슨 이야기예요?"
"아니, 뭐,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신경 쓰이잖아요……"
"그렇구나…… 신짱 덕분……이라는 게, 그래? 그런 건가? 그런…… 건가아."
"영문을 모르겠는데요."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야."
"신경 쓰인다니까요……"
三百八
식사를 마치고 잠시 동안 세 사람은 휴식을 취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해도…… 원래부터 신지와 미사토는 평소부터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대화의 중심은 미사토와 카지에게 집중되게 된다.
신지는 카지와 미사토의 대화를 들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히 미사토 쪽에서는 카지를 상대로 싫은 소리만 하는 그런 사이처럼 보였다…… 설사 그것이 애정의 뒤집혀진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러나 지금의 두 사람 사이에는 온화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줄곧 함께 있어 왔던 것처럼.
……분명하게 존재했던 엇갈림과 같은 것…… 그것을 지난 며칠 동안에…… 어떠한 형태로 메운 것이다.
신지는…… 카지와 미사토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미사토가 카지를 사랑한다는 것은 지난번 인생을 통해서 알고 있다.
카지의 죽음을 생각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미사토.
신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웅크리고 앉은 미사토의 뒷모습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바라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카지가 미사토를 사랑한다는 것도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카지가 남긴 마지막 전화 메시지에는 그 애정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베어 있었다.
어째서 카지가 죽어야만 했던 것인가?
그것은 결국 신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카지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알게 되고, 그것 때문에 누구에게 살해되었는지.
그것을 아는 것은 힘없는 신지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결국 신지는…… 카지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미사토의 슬픔을 헤아리지도 못했다.
카지의 죽음은 커다란 충격이기는 했지만…… 결국 강 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미사토와 카지는 종언으로 굴러 떨어지는 시대에 휘말린 불행한 생명이었다.
그것은 물론 두 사람에게만 한정된 일은 아니었지만…….
주위에 눈길을 보낼 여유가 없었던 당시의 신지로서는 카지와 미사토가 어떤 관계로 끝났는지를 모른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서로를 보며 웃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그 때의 황량한 모습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그 때의 두 사람과는 다른 관계를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지가 미사토를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사토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몸이 찢어질 것만 같은 오열을 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다.
"응……?"
미사토가 문득 시선을 느끼고 신지를 보았다.
신지는 두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미사토의 시선을 받고 멍한 표정으로 미사토를 되받아본다.
"? 왜 그래요, 미사토 씨?"
"아…… 으응, 왜 빤히 보고 있는 걸까아, 해서."
미사토가 신지를 보면서 대답한다.
"아아…… 아뇨, 사이가 좋구나 싶어서요."
미사토가 그만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 쑥스러워 한다)
제아무리 신지라 하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기보다 너무나 알기 쉽다.
"카츠라기, 얼굴이 빨갛다."
카지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시, 시끄럽네 참!"
퍽 하고 카지의 명치 부근을 팔꿈치로 찌른다.
……그러나 분명히 말해서 노닥거리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미사토 씨도 남의 일은 마음껏 놀리면서 말이야아……)
신지는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의 일과 자신의 일은 다르다는 것인가 보다.
"……뭐야, 신짱. 그렇게 히죽거리고."
더욱더 붉어진 표정으로 미사토가 힐끗 노려본다.
"네? ……아뇨, 정말이지 잘 먹었습니다."
신지는 싱긋 웃었다.
"신짱…… 너, 너 말이지이……"
"저녁 말이에요, 저녁."
"어? ……아, 아아……? 으."
"왜 그래요?"
또다시 웃는 신지.
시선을 돌리자 카지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평소의 역습이라는 느낌이구나, 카츠라기."
"너, 너도 참 시끄럽네 정말∼"
미사토가 이번에는 카지를 노려본다.
원래라면 카지와 미사토 두 사람이 신지에게 놀림을 받고 있다는 구도일 텐데…… 카지가 전혀 개의치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사토가 혼자 집중포화를 받는 형태가 되어 버리고 있다.
더군다나 아무래도 카지도 재미있는지 방관하고 있는 모양이다.
"애…… 애초에 말이야아."
미사토가 신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어어어어언……제나, 신짱하고 레이는 더 찰싹찰싹 달라붙어 있으면서 뭘 그랫."
"에……"
자기도 모르게 곤란하다는 듯이 반응하는 신지.
본인에게 그런 자각은 전혀 없는 것이다. ……여전히.
카지는 쓴웃음을 지은 채…… 특별히 끼어들거나 하지 않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三百九
"……자, 그럼 슬슬 갈까."
카지가 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까."
"아…… 고맙습니다, 잘 먹었어요."
일어나면서 신지가 감사의 인사를 한다.
미사토가 웃는다.
"괜찮다궁, 이 정도는.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
"그건 한턱 낸 내가 할 말이잖냐."
카지가 쓴웃음을 짓는다.
식당 출구에서 미사토가 두 사람에게 한손을 들어 보인다.
"그럼 난 서류 정리할 게 좀 더 있어서."
그 말에 신지도 가방을 고쳐 들었다.
"아…… 그럼 저도 슬슬 돌아갈게요. 아야나미랑 아스카가 기다리고 있으니."
"주로 레이가, 겠지∼"
"……아, 아뇨…… 그렇, 기는…… 하지만요."
"이봐이봐, 기다려 달라구, 둘 다."
카지가 그런 두 사람에게 태평한 말투로 말을 건넨다.
미사토와 신지가 카지 쪽을 보았다.
"왜?"
"아…… 아직도 뭔가 더 있나요?"
"있고 말고. 둘 다 조금 더 시간을 내 줘야겠어."
카지가 가벼운 말투로 웃어 보였다.
미사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지를 본다.
"아…… 그래?"
"본론은 이쪽이야."
말하면서 카지가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한다.
미사토와 신지는 허둥거리며 그 뒤를 쫓았다.
"……뭐야, 이쪽이 본론이라니? 같이 식사하자는 거 아니었어?"
걸으면서 미사토가 카지의 등을 향해 말을 건다.
카지는 뒤돌아보지 않고 한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도착하고 나서의 즐거움."
"……?"
"……신짱, 무슨 얘기 들었었니?"
미사토가 목소리를 작게 하고 묻는다.
신지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짐작이 가지 않는다.
무엇일까?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푸쉬익 하고 문이 닫혔지만…… 카지는 가려는 층의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미사토가 그것을 보고 말한다.
"카지 군…… 버튼."
그러나 카지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더니 표시판 아래 있는 슬릿에 ID 카드를 긁었다.
위잉…… 하고 기계적인 구동음이 들리고 표시판 아래의 패널이 열린다.
"……레벨 5!?"
미사토가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
카지는 한 순간 미사토의 얼굴을 흘끗 보고 나서…… 열린 패널 안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는 구웅……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몸이 밑으로 이동하는 세로 방향의 힘을 느낀다.
미사토는 낮은 목소리로 카지의 등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도착하고 나서의 즐거움, 이라고 했잖아?"
"시치미 떼지 마."
감정을 죽인 듯한 목소리로 미사토가 계속해서 말한다.
"카지 군…… 어째서 네가 레벨 5 카드를 가지고 있는 거지? 레벨 5 는 NERV 내에서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아."
"그럼, 이건 뭘까?"
카지가 지금 사용한 카드를 오른손 안에서 흔들어 보인다.
미사토는 대답하지 않는다.
카지는 탁, 하는 소리를 내며 카드를 손안에 넣더니 그대로 다시 한 번 손을 펼쳐 보였다.
방금 전까지 그곳에서 춤을 추던 카드는 더 이상 없다.
"장난치지 마."
"장난치는 게 아니야. ……NERV 의 카드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인간이 만드는 건 결국 어떻게든 손을 볼 수가 있다는 얘기지."
신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끼어들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카지는 자신들을 어디로 데리고 갈 생각인 것일까?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엘리베이터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아 있었다.
다이얼이 돌아가는, 메트로놈을 떠올리게 하는 무기질적인 음색만이 좁은 상자 안에 울려 퍼진다.
조금 지나서 몸에 천천히 감속되는 하중을 느끼고……
몇 초 뒤에 상자는 완전히 정지한다.
다이얼 밑의 작은 램프가 목적으로 삼는 층에 도착했다는 것을 깜박거려서 알리고,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문밖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빛에 의해 이곳이 복도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당연한 듯이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세상은 또다시 어둠에 휩싸인다.
물론 복도 위쪽에 작은 빛이 띄엄띄엄 이어져 있어, 가까스로 복도가 어느쪽으로 뻗어 있는지는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은 어둠에 휩싸여 있지만, 신지는 이 장소의 분위기로부터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이곳과 같은 장소에 왔던 적이 있다.
물론 이곳과 완전히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그러나 공간이 내뿜는 분위기라고 할까, 그러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카지가 작은 펜라이트의 스위치를 켰다.
대단한 광량은 아니지만…… 가까스로 발밑의 모습을 알아볼 수가 있다.
"……어쩔 셈이지?"
카지 뒤에 선 미사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지가 뒤돌아보자 미사토는 가만히 카지를 노려보고 있다…… 하기는, 그 표정의 대부분은 어두워서 잘 알 수가 없었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
카지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초연한 느낌으로 대답한다.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야…… 아니, 관계자라 하더라도 이유도 없이 들어오는 것은 용납받지 못해."
미사토가 조금 더 강한 말투로 말한다.
그러나 카지는 개의치 않는다.
"……그래? 어째서 들어가면 안 되는 거지?"
"그건……"
거꾸로 반격을 받고 미사토는 말을 우물거렸다.
"……오도록 해. 두 사람 다…… 봐 둬야만 해."
말하면서 카지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당황한 미사토가 카지의 등을 향해 말을 건넸다.
"기…… 기다려, 카지 군!"
카지가 멈추어 서지 않고 중얼거린다.
"왜 그래?"
"……난 그나마 레벨 5 라서 괜찮아…… 하지만 신짱은…… 여기에 들어오면 안 된다구."
카지는 한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앞을 비추는 조명의 불빛을 등에 업고 역광이 되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누구보다도 너희 두 사람이 보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안 돼."
그대로 또다시 시선을 앞쪽으로 돌리고 변함없는 속도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미사토와 신지는 한 순간 망설인 끝에 발밑을 조심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카지 뒤를 쫓았다.
카지가 있는 곳까지 따라오고 나서, 걷는 속도를 늦추어 카지와 보폭을 맞추도록 하면서 미사토가 중얼거린다.
"……이건 네가 하는 일이야? ……아니면, 아르바이트일까."
"어느쪽도 아니야."
카지가 특별히 놀라지도 않고 대꾸한다.
"어떨지."
"하지만…… 하긴, 이미 다 들켰나."
"그럼. ……특무기관 NERV 특수감사부 소속 카지 료우지…… 동시에 일본 정부 내무성, 조사부 소속 카지 료우지이기도 하다 이거지."
미사토도 담담하게 말한다.
"……언제부터 이런 일을?"
"글쎄…… 잊어 버렸어."
카지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중얼거렸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야. 조만간…… 기분이 내키면 말하지."
신지는 말없이 옆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카지의 위험한 내부 조사가 결과적으로 그의 목숨을 빼앗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그런 의미로는 희미한 걱정이 든다.
이윽고 커다란 문앞에 세 사람은 멈추어 섰다.
"이곳은……"
신지는 문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눈앞에 있는, 두꺼운 무게를 느끼게 하는 금속으로 된 문.
그 옆에 어깨 정도 되는 높이에 카드 슬롯이 있으며, 디지털로 표기된 빨간 문자가 「LOCKED」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 문자 위에 작은 표기.
L.C.L PLANT : TERMINAL DOGMA
"……터미널 도그마."
신지가 중얼거리듯이 소리를 내어 읽었다.
과거의…… 아니, 미래의 영상이 되살아난다.
친구를……
이 손으로……
……찌부러뜨려 버렸던 장소…….
"……경고해 두겠어."
미사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레벨 1, 섹터 2…… 최고위 레벨 출입금지 구역. 불법 침입자는 발견 즉시 발포. 위반자는 10년까지의 감금, 10만 달러의 벌금, 혹은 그 양쪽을 받는다."
"불법 침입자는, 이잖아."
카지가 또다시 탁…… 하고 오른쪽 손바닥을 쳤다.
신지가 보니 그 손에 아까 전의 카드가 쥐어져 있다.
"안 돼…… 레벨 5 로는."
미사토가 그 카드를 보면서 냉랭하게 중얼거린다.
그러나 카지는 그 말에 개의치 않고 카드 슬릿 끝에 카드를 걸쳤다.
"누가 레벨 5 라고 했지? ……이건, 레벨 6 야."
"……6!?"
"봐."
슈욱 하고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카지의 오른손이 슬릿에 대고 덧그리듯이 내려갔다.
구구웅……
전등 표시가 「OPEN」으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문이 위아래로 열린다.
그 문에 밀착하듯이 바로 뒤쪽에 자리잡고 있던 문이 좌우로 열린다.
거기서 더 뒤쪽에 늘어서 있던 굵은 금속 기둥이 순서대로 회전하면서 좌우로 떨어져 나간다.
……서서히……
……세 사람 앞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어둠의 심연이 모습을 보인다…….
구석까지 다 들여다볼 수 없는 광대한 공간.
전방에 붉은 수면과 늘어서 있는 소금 기둥.
공중에 빛나는 육각형의 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붉은 수면의 중앙에 검은 기둥이 뻗어 있다.
그 바로 위…….
"……이건……!?"
숨을 삼키듯이…… 미사토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거대한 검은 십자가.
그 위에 묶여 있는 것은 하얀 거인.
가면에 일곱 개의 눈.
붉은 피를 그 눈가에서 흘린다.
만들어 낸 장난감 같은 손바닥에 투박한 말뚝.
하반신은 없고 무수히 많은 작은 다리가 나 있다.
검은 십자가에 붉은 액체가 흘러 그것이 주변 일대의 호수로 사라진다.
신과 같은 두려움과.
악마와 같은 공포와.
"……에바……!? ……아니…… 설마……"
"……그 설마지."
카지는 거인을 올려다본 채,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것이…… 아담이야…… 카츠라기……
……그리고, 신지 군."
三百十
총사령 집무실.
겐도우는 책상 위에 떠올라 있는 홀로그램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비치고 있는 영상은…… 터미널 도그마.
카지와…… 미사토와…… 신지가 릴리스를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비쳐 내고 있다.
겐도우는 그저 입가에서 손을 모은 채…… 그 홀로그램을 응시하고 있었다.
# by | 2010/01/13 01:08 | 번역 : 소설 (2nd RING) | 트랙백 | 덧글(20)



